살아가는 이야기

담배피고 술먹는 학생이라고 다 악인이 아니다...

두리아빠119 2012. 4. 17. 08:03

게시판에 글이 올라 온다...

"고딩들이 모여서 담배 피고 있어요..어떻게 할까요?"

 

댓글

1.싸가지 없는 녀석들...

2.그런 넘들은 귓방망이를 후려 갈겨야 해요..

3.잡아다가 졸라 패주세요..

4.요즘 애들 무서워요..조심 하세요..ㅠㅠ

5.아! 나한테 걸렸으면 죽었을텐데.......

6.ㄱㄱㄲ들...

7.개쓰레기...

8.혼자 가지 마세요...

9.대가리 피도 안마른 시키들...

10.조용히 119 신고...

등등...

인터넷에서 대부분은 그들을 완전히 악인화 시킨다....

네티즌들에게..키보더들에게..그들은 짓밟히고 두들겨 맞고 긴급 출동한 경찰에 의해 경찰서 끌려가서

유치장 신세 져야 한다...

글이라는 것은 너무 쉽다... 사람 하나 죽이고 살리고 두들겨 패고..신고 하는 것들이...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그 댓글을 단 사람들이 과연 같은 상황에서 담배 피운다는 이유로 사람을 죽이고 패고 신고 할 수 있을 것인지?..다들 자기가 써지른 글 대로 하지는 못할 것이다..

단지 글을 써서 그렇게 했으면 하는 바램일 뿐이다...

 

자! 여기서 곰곰히 생각 해 봅시다...

싸가지가 있건 없건...그들은 아직 어린 학생들이다...

아직은 사회의 구성원이라고 보기에는 어리고 약한 학생들일 뿐이다...

좀 더 곰곰히 생각 해 보면...

우리들의 아들이고 딸이고...동생일 뿐이다....

그리고 또 다시 곰곰히 생각 해 보면...

내가 거쳐온 질풍노도 같은 추억속의 지난 학창시절일 뿐이다...

그 시절...추억속의 우리는 어떠했을까?

호기심과 객기..또는 열병처럼....

담배도 펴보고..술도 먹어 보고...연애도 하고..몰려 다니며 싸움도 하고...

아~ 물론 전부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다...

그런일을 하던 그들도 결국은 바로 나이고 나의 친구들이 었다는 것이다...

공부 열심히 하던 학급반장 녀석도 친구 이고....

아이들에게서 삥뜯고..몰려 다니면서 담배피던 그녀석들도...친구 였다는 것을...

기억 할 수 있다...

위에서 우리가 그렇게 욕하고 두들겨 패던 악인 녀석들도 결국에는 그냥 평범한

우리들속의 나와 너이다...

그렇다면 그들의 행동에 왜 그렇게 사람들은 발끈하고 흥분하고 거칠은 글을쓸까?

또 다시 곰곰히 생각 해보자..

어른들인 우리들 앞에서 대 놓고 담배피거나 술먹는 아이들을 보면...

우리들 어른들은 자존심이 상하는 듯..."머리에 피도 안마른 녀석들이..

어디서 감히 내 앞에서 담배를 펴......" 하는 생각에 일단은 적대적인 감정을 가지고

그들을 대하게 된다...

그러나..어른들에게 자존심이 있다면 아이들에게도 자존심은 있다..

사람은 이성적인 생각을 하기 이전에도 자존심은 있는 것이다..

세살박이 어린아이도..자존심 상하게 하면 울어대고 발버둥 치는데..

하물며 육체적으로는 성인에 육박하는 그 아이들의 자존심은

어느 정도 일까? 모르긴 몰라도 성인이나 아이들이나 그 자존심의 크기는 똑 같다고 본다.

아니..오히려 어린 감성에 받는 자존심의 상처는 더 클 수도 있다..

그 자존심과 자존심의 대립을 풀어나가야 한다..

 

자 이제는 해법을 찾았다.

길에서나 놀이터에서나...그런 아이들을 만나면..

좀 더 편한 대처법이 나와야 한다..

먼저 생각 하자..

똑같은 학창시절을 보낸 입장에서 그들을 욕할 수도 야단을 칠 수도 두들겨 패도 안된다...

그들이 외계인도 아니고 범죄 집단도 아니고,

그 누군가의 귀한 아들 딸..그리고 동생들인데...

내가 뭐라고 그들을 욕하고 두들겨 팬단 말인지....

물론, 키보더나 네티즌들이 욕하고 두들겨 패는 것은 인터넷이라는 가상공간에 머물러 있기는 하지만

그 것도 모이면 여론이 되고..그렇게 해야 하는 것이 정당한 것 같은 착각에 빠질 수도 있는 것이다...

그저 편하게...

그들을 바라보고...편안하게 다가가서..오픈된 마인드로 대화를 시도 하면...

반발 보다는 인정하고 양순해지는 그들을 볼 수 있다...

실제로 나는 길에서 담배 피고 모여 있는 학생들을 보면 그냥 지나치지를 않는다...

서로서로..최소한의 자존심을 지켜주는 그런 대화를 한다..

"애들아~..니들이 니들보다 나이 많이 먹은 나 같은 사람들이 지나 가는데..

이렇게 버젓이 대놓고 담배를 피면..내가 어떻겠니...?

담배가 좋고 나쁘고를 따지기 전에...

내가 쪽팔리지 않겠니? 니들은 어떻게 생각해? 내가 니들 아빠고 엄마라면?".....으로 대화를 시작 한다..

지금까지의 아이들은 나의 질문에 대부분 수긍 하면서 황급히 담배를 끈다..

그 후에 담배의 해악성을 이야기 해도 좋고..아니면 거기 까지만 해도 된다.

물론, 대화를 하기전에 담뱃불 던지고 도망 가버리는 아이들도 몇 번 있었지만....

아직까지는 나를 멘붕 시키는 그렇게 독한 녀석은 만나지 못하였다..

왜냐면..그들 대부분은 역시..그냥 우리의 어린 시절 그 아이들 이었기 때문이리라...

물론 나를 멘붕시키는 그런 녀석을 언젠가는 만나게 되겠지만...

세상은 그렇게 악한 녀석들 보다는 수긍하고 인정하는 녀석들이 더 많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최소한 내가 만난 녀석들은 추억속의 우리들일 뿐이다..

좀 더 살갑게 대하자....

실체가 없는 인터넷 속에서 마저도...두들겨 패거나 욕하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