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속으로

그때 그시절 국민학교 속으로...

두리아빠119 2012. 10. 9. 11:40

벌서 고3..수능을 치루는 막내 딸을 보자니..

오래전..어려웠던 국민학교 시절이 생각이 납니다..

그 누구나 다 어려웠던 그시절...

 

1.) 혼식 분식...

국민학교 4학년이 되면 수업시간이 6교시로 늘어 나면서 그 누구나 점심 도시락(일면 벤또)을 싸가지고 갑니다..물론, 그때도 잘 사는 녀석들은 있었습니다..

잘살고 못사는 구별 방법은 간단 합니다..

노란양은 도시락(벤또)이냐? 아니면 보온도시락(마호병)이냐? 로 첫번째 판가름이납니다..

물론, 지금 보다는 훨씬 보온력이 떨어지기는 했지만...찬밥먹는 대다수의 아이들 틈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밥을 먹는 아이들을 보면..저녀석들은 뭔가 특별해 보였습니다..

그 따뜻한 밥에 참기름이나 들기름으로 정성들여 재어 구은 바삭바삭한 김을 싸서 먹는 모습을 보면..

휴..부럽다...단 한가지 생각 뿐...

도시락의 종류외에 또 다시 잘사는 녀석들 구별법은..

계란에 푹 담갔다가 후라이팬에 부쳐낸 분홍색 소세지를 반찬으로 싸오는 녀석들이 었습니다..

도시락 반찬의 로망....분홍 소세지..진주햄 소세지...

그 외에도 하얀 쌀밥과 소고기 장조림은 최고의 구별법 이었습니다...

그 당시 반찬의 레벨을 따져 보면..

소세지->장조림->오징어채->멸치볶음->김->고추장소고기볶음->콩자반->오뎅조림->감자볶음->콩나물무침->김치볶음->김치 정도로 분류 될 듯 싶네요...

크..최고의 김치가 최하레벨이 되는 군요...그나마..도시락 을 열어서 계란 후라이라도 한장 들어 있으면

같은 레벨의 반찬이라도 한등급 상승 되기는 합니다...

잠시 다른 이야기로 빠졌는데...

그 당시에는 수요일은 혼식의 날...토요일은 분식의 날로 정해 져 있었습니다..

뭐..토요일은 반공일이라고 해서 도시락을 지참 하지 않으니 별 상관 없지만...

수요일 혼식의 날은 점심식사전에 담임 선생님의 철저한 도시락 검사가 이루어 집니다..

밥을 먹기전에 도시락 뚜껑을 열고 검사를 하십니다...

최소한 잡곡이 30프로 이상은 혼합이 되야 합니다..

쌀밥만 싸온 애들은(주로 보온병 도시락) 평상시 보리밥을 7-80프로 혼합으로 싸오던 좀 더 힘든 아이들의 도시락에서 보리밥을 몇 숟갈 퍼다가 자신의 흰 쌀밥위에 살짝 섞어 놓습니다..

물론,,우리가 보기에도 위장이 허술하게 보이는데도..왜 그런지는 모르지만 ..그런 아이들에게만은

유난히 관대 했던 대부분의 담임들은 그냥 넘어가기 일쑤였고...애매하게 보리의 비율이 어정쩡한 녀석들만 걸려서 방과후 청소를 하던지 체벌을 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분식의 날인 토요일은 반공일이라고 불렀는데..

그 당시에는 반공일을 공산당에 반대한다는 뜻인 줄 알았었는데...

어는 정도 지나고 나서 생각 하니 반만 공휴일이라서 반공일이 었더군요..

그 만큼 그 당시에는 반공 교육이 철저 했지요..

후에는 반공이 멸공이 되었고요...

 

2.) 폐품 수집

말만 들어도 지긋지긋한 폐품 수집...

매일 아침...또는 일주일에 서너번...

등교 할 때 폐품을 가져 가야 합니다...

여기서 폐품이란...? 빈병..폐지, 헌책등을 말합니다...

요즘 세상..할머니 할아버지들이 폐지를 유모차에 한 가득씩 싣고 다니는 것 보셨을 겁니다..

그렇게 가져 가봐야 몇천원 벌이 못 하신다고 하더군요...

우리 어렸을 때는 학생들이 폐품을 학교에 가져 가야 했습니다..

뭐가 지긋지긋 하냐고요?

지금 아이들은 절대로 이해 할 수 없는 장면 입니다...

폐품이 집에 없습니다...

빈병도 없고..폐지도 없고...버려야 할 헌 책도 없습니다..

동네 구멍가게에 가도 없습니다..

빈병 가져다 주면 얼마씩리라도 가게에서 되돌려 주던 시절인데...

빈병이 남아 날까요?

집에 폐품이 없는데..학교에서는 폐품을 가져 오라고 하고....

우리집에 국민 학생이 나 혼자가 아닌...세명씩이나 되는데...

어찌 폐품을 가져 가나요......쥐어짠다고 없는 폐품이 하늘에서 떨어지기라도 하나요....

그 당시에는 그렇게 쥐어 짰습니다..행주 짜듯이 짜고 또 짰던 겁니다..

그 덕에 지금은 이렇게 물자가 풍부해 졌는지는 몰라도 쥐어 짜고 쥐어 짜서 다른반에 가서 폐품을 훔쳐

오는 경우도 허다 했지요...그때 당번들은 폐품 지키기에 목숨 걸어야 했습니다..

폐품 적게 내는 반은 또 그렇게 담임선생님들이 교감선생님에게 수모를 받아야 했겠지요...

폐품수집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고철 수집입니다..

언제 부터 인지는 모르지만 고철 수집 하는 날이 생겼습니다...

고철?  종이도 없는데...철이 어디 있나요....ㅎㅎㅎㅎ

그당시가 아마도 지하철 1호선 공사가 시작 되었을 때 였을 듯....

또 다시 쥐어 짜이던 우리들은 지하철 공사가 한창이던 청량리역 공사장을 배회 합니다..

버려진 못이나 철사 조각이라도 줍기 위해서 이지요..

목수분들이 보관해 둔..못 상자라도 눈에 띄였다가는 대박 입니다...녹슬지 않은 새못을 그대로 한주먹씩 주머니에 넣고 줄행랑...다음날 고철 수집을 무사히 통과 합니다..

공부은 안하고..뭐 하던 짓인지...ㅎㅎㅎㅎ

정말이지..버려진 못 한개라도 줍기 위해서 온동네를 샅샅히 훑고 다녔던 기억이 납니다..

물론, 대부분은 그런 시절이 있었는지 조차 모르게 잊혀지기는 하였습니다...

어린 국민 학교 학생들에게 뭔가 가져오라는 것이 많던 그 시절...

폐품과 고철 외에..

지긋지긋 한 것이 또 하나 있지요...

바로 바로..걸레와 왁스...

걸레..규격도 있습니다..

가로 세로 15 센티에 두께2센티 미터...

아니...입을 옷도 없는데....걸레가 어디 있나요?

급한 애들은 또 다시 다른 반으로 출격...모아둔 걸레 함에서 위치 이동 하는 수 밖에 없겠지요..

그렇게 걸레는 돌고 돌아 이 반 저 반으로 돌아 다니며 걸레가 되어 갑니다..

때로는 반 싸움이 되기도 하고...

왁스는 말표 왁스라고 구두약통 처럼 둥굴게 생겼습니다..

왁스 또는 문방구에서 팔던 파라핀 고체 덩어리나 양초 정도도 허락 됩니다...

뭐라도 하나 가져 와야지 없으면 몽둥이 세례..또는 두고 두고 교실 청소 해야 겠지요...

그 걸레나 왁스로 뭘 할 까요?

전통을 자랑 하던 우리 학교는 목조 건물 이었습니다..

복도..교실 전부다 마루 바닥...

그 곳을 빽빽히 채우고 앉아서 왁스를 바르고 초를 칠하고..

걸레로 문대서 반짝 반짝 광이 나게 해야 합니다...

마룻바닥이 아이스링크장의 얼음 바닥 마냥...미끄럽게 광택이 나도록 문지릅니다...

그 광택이 전부 다 강제 노역 하던 우리들...어린 학생들이 었지요...

애국가 4절 까지 다 못외우거나 국민교육 헌장 다 못외우면..저녁 늦도록 주린 배를 부여 잡고

걸레질을 해야 했습니다...

그때..그 왁스 냄새는 왜 그렇게 좋았던 거냐.............

 

3,)육성회비

육성회비가 뭐에 쓰는 돈인 줄은 몰라도...

학기초가 되면 담임선생님이 누런색 거친 갱지를 나누어 줍니다...

무슨 사채 업자가 일쑤돈 걷어 들이는 것도 아니고....

 그 봉투에..(채변봉투와 같은 재질임) 육성회비라는 돈을 넣어서 담임샘에게 내야 합니다..

정해진 기일 안에 정해진 금액을....

정해진 기일을 어기면 칠판 한 귀퉁이에 이름이 올라 갑니다..

떠든 아이들..육성회비 안낸 아이들..이라는 타이틀로..

그리고 매일 매일 그 아이들의 이름이 조금씩 지워 집니다..

물론, 돈을 낸 아이들은 지워지고..아직 못 낸 아이들은 그대로 칠판에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부끄러워 지워 버리고 싶은 이름...

그 이름이 점차 다 지워지고 극 소수의 아이들이 남고..육성회비를 내야 할 기일이 다음 기일이 가까워 질 때면..그 아이들은 아침 조회 시간에 교탁 앞으로 불리워 집니다...

모범상을 주려고 부르는 것일 까요? 칭찬 하려고 부르는 것일 까요?

다 아닙니다...뒈지게 맞습니다...

그 강도는 담임샘이 교감선생님에게 얼마나 당했는지에 따라서 달라 집니다..

분노 조절이 안된 날일 수록 엄청 심하게 맞았겠지요...

아..물론, 그당시에도 극빈자로 분류 되서 육성회비 조차도 면제 받던 친구들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런 친구들은 육성회비 안내서 매 맞던 아이들을 더 부러워 했습니다...

뭔가 아이러니 하지요....

 

4.)방학숙제

 

기다리고 기다리던 방학식....

방학책과 함께..각종 방학 숙제를 덤으로 받고 좋아서 집으로 뛰어 온날...

방학책을 펼져 들고 하루만에 숙제를 다 합니다...

그러나 하룻만에 할 수 없는 숙제가 있어요...

매일 매일 써야 하는 일기와..동물채집 또는 식물 채집입니다..

아..동물 채집은 나중에 곤충채집으로 바뀌게 됩니다..

이거 이거 큰일 입니다...서울에 곤충이 어디 있나요? 파리 모기..구데기 외에는 바퀴 벌레도 귀하던 시절 입니다..사람 먹을 것도 없는데..바퀴 먹을게 있었을 까요? ㅎㅎㅎㅎ

아울러..곤충들이나 식물들에게도 큰 일입니다..

아이들에게 희귀 동식물이 뭔 상관 일까요//

잡을 수 있으면 장수 하늘소도 잡아서 표본으로 만들었을겁니다...

잠자리채와 채집통을 들고 동네 나대지나..풀밭으로 향합니다..

잠자리..나비..벌...개미..닥치는데로 채집...

수수깡을 사다가 도화지에 붙이고 날개를 펴서 핀으로 고정 시킵니다..

그 전에 알콜주사를 하여 곤충이 썩지 못하게 방부 처리 하는 것도 잊지 않았고요... 

그렇게 희생 되어진 천연기념물도 적지 않았을 듯 싶습니다..

개학식날 곤충채집 한 것을 보면..정말 생전 책에서나 보던 그런 곤충들을 표본으로 만들어 온 애들도

간간히 있었거든요....

 

일기..휴..한숨만 나옵니다....

8월1일

날씨 맑음.

오늘은 일어나서 밥먹고 친구네 집에 갔다 왔다..

그리고 저녁 먹고 잤다..

 

8월 2일

날씨 흐림...

오늘은 일어나서 호떡을 해먹고 자다가 일어 나서 저녁 먹고 잤다..

`

`

`

8월 30일

날씨 맑다가 흐림..

개학이 낼 모레다..공부 하다가 잤다..

 

정말 쓸 것 없는 나 날들.....

정말 할 것 없는 나 날들....

그 일기를 개학 전전 날 쯤 몰아 서 쓰려니...쓸 말이 더 없네요....

날씨 란은 남겨 놓습니다..알 턱이 없거든요..

매일 매일 일기를 썼다는 유일한 인증서..

그 날씨를 어떻게 하냐고요?

개학식날 일찍 가서 제대로 일기 쓴 아이의 일기를 보고 쓰면 됩니다...


 

지나고 나니..기억도 나지 않는 단편들이지만...

그 시절은 또 그렇게 그날 그날이 새로운 시작 이었을 겁니다..

불과 반세기도 안지난 그 세월인데...어떻게 이렇게 다른 세상이 되어 있는 것일까요?

매일 매일..따분 한듯 하면 또 어떤 일이 터지고...

그 일이 마감될 즈음이면 또 다른 일이 기다리고 있고...

매일 매일 참으로..역동적으로 삽니다..그려...

 

곰수나........자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