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리 이야기

[04호] 홍역과의 지루한 싸움.. (04.12.02 21:08)

두리아빠119 2006. 1. 7. 16:43

시간이 흐를 수록 곰두리에 대한 생각은 새록 새록 되살아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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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기억속에  그 당시는 전쟁터나 마찬가지였다..

하루 하루가 전쟁이 었다.

주사바늘과 각종 약들...

온갖 먹을 거리...

그렇게 버텨 준 곰두리..그를 어찌 잊을 수 있을 것인지....


 

 

 

그렇게 두리의 투병 생활은 시작 되었다..
약 2개월간의 지루하고 힘든 투병 생활이 시작 된 것이었다..
아무런 생각 없이 홍역으로 폐사한 강쥐 6마리를 땅에 묻어주고..
돼지 농장에서 얻어 온 석회 가루를 뿌려서 소독을 시키고..
강쥐들이 지냈던 방안 구석 구석을 소독을 시작 했다..
락스/크레졸/식초/화염..
빡빡 딱아 내고..또 딱아 내고..
병원에서 링겔을 맞으며 좁고 어두운 곳에 갇혀서 불안에 떨고 있을 생각을 하니 몇시간이 몇날 같았다..
일찍 저녁을 먹고, 병원에서 오라던 시간 보다 조금 일찍 병원으로 달려 갔다..
입원실 문을 열고 들어 가니 힘없이 누워 있던 두리가 나를 보더니 벌덕 일어나서 링겔 꼿힌 앞발로 케이지를 긁어 댄다..
아침 보다도 더 더욱 마른 것 같아 보인다..
눈이 마주치자 예전의 그 선한 눈망울로 나를 쳐다 본다..
"두리야! 힘내자..내가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취해 보련다..너를 이대로 잃을 수는 없다"
비록 이삼일의 만남 이었지만 두리는 오랫동안 나의 친구였던 것 처럼 애틋한 정이 마구 마구 쏟아 나기 시작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었다..
운전을 하면서도 꼭 감싸 안고 왔다..
그렇게 켄넬 까지 두리를 꼭 안고 왔다..
다시는 떨어 지기 싫어서....
오자 마자 가장 강렬한 식욕을 자극 하는 시저 통조림을 주었으나...
냄새만 잠깐 맡고는 베게위에 머리를 누인다...
" 두리야! 죽으면 안돼..."


 

 


밤새 자는 둥 마는 둥 곰두리를 살펴보았다..
아침 일찍 일어나서, 켄넬을 한 바퀴 돌아 다른 강쥐들에게 아침밥을 주고, 곰두리의 식사를 준비 하였다..
무슨 일이 있어도 두리를 살리고야 말겠다고 마음속 깊이 다짐 하고..
어제 주다가 남겨둔 시저 통조림과 계란 노른자를 손으로 주물렀다..
동글 동글 새끼 손톱 크기 만하게 여러개를 만들어 두었다..
눈치를 보는 곰두리를 끌어 안고, 강제로 입을 벌려 강제 급식을 시작 하였다..
처음에는 익숙치 않아서 입속에서 음식물을 놓쳐서 도로 뱉어내기 일쑤였으나, 서너번 해보니 금방 익숙 해져서 곰두리의 목구멍 깊숙히 음식물을 밀어 넣을 수 있었다.
강제 급식은 정말 쉬운 일이 아니다..
강쥐들에게는 날카로운 이빨이 있기 때문에, 자칫 하면 손에 상처를 입을 수도 있고, 강쥐 역시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을 수도 있다.
그러나 곰두리 같은 경우..나에 대한 백프로의 믿음 때문에..
약 한달 이상의 강제 급식 동안에도 단 한차례도 손에 상처를 입지 않았다..목구멍 깊숙히 들어 가는 아빠의 손가락에 엄청난 거부감과 고통이 있었을텐데도..
그 아이는 그렇게 참아 내었다..
아무리 괴로워도 아빠를 믿고, 입을 벌려 주었다..
그렇게 음식을 먹고 나면, 곰두리의 눈에는 눈물이 그렁그렁 맺히기 시작 한다..얼마나 괴로웠을까?
그러나 투병은 강제 급식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지어준 약간의 약을 먹였으나..
밤을 새다 시피 인터넷 서핑을 하고 지인들로 부터 얻은 홍역 치료법을 시작 하여야 했다..
홍역에 좋다는 각종 약을 사들이고..
또한, 각종 주사약을 사왔다..
천연 항생물질로 만든 약품과 호흡기 약..
주사는 오전과 밤에 자기전에 투여를 하는데..
오전에는 대사 촉진제 카토살 0.5미리/삐콤씨 0.3미리/항생제 바이트릴 0.3미리를 주사 하고..
오후에는 아미톱+영양제0.5미리/면역 촉진제인 울트라콘0.3미리/페니실린계 항생제 0.3미리를 주사 하였으니..
심할 때는 하루에 만도 도합 6번 정도의 주사를 맞았다..
그런 식으로 주사를 맞은 것이 약 두달 정도 되니...
곰두리에게 투여한 주사 바늘만 해도 엄청났다.
주사를 놓는 나도..주사를 맞는 두리도..
우리는 서로 힘들었던 것 같다..
그 작은 몸에 그 많은 주사를 맞고...
강제 급식을 하루 4번 이상 하였다..
투병 기간은 서로의 악몽이 었다..
주사 몽울이 생긴 곰두리의 목둘레를..
몇날 며칠의 마사지로 다 풀어 주고...
이 세상 좋다는 모든 것을 먹여 보았다..
참치/계란/소고기/돼지고기/닭고기/쏘세지/햄/홈삼액/녹혈/뱀탕/우황청심원/돼지간,허파/북어국...
뉴트리칼/도그칼/살리그라는 강제 급식 중간 중간에 기본으로 투여 되는 영양제 였다...

병원에서 조차도 포기를 한 곰두리 였기에...

혹시나 기적적으로 살아 나더라도, 두리 처럼 심하게 홍역을 앓은 강쥐는 오래살지 못하니 항상 마음의 준비를 해야 한다고 하는 말도 들었지만..

그러면 그럴 수록 두리에 대한 애착은 깊어만 갔다.

그래 뭐든지 해보자..

얼마 못 살더라도, 사는 날 까지는 한번 살아 봐야지..

두리야 ! 힘내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