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방에서..

소화기 점검 나왔어요...

두리아빠119 2003. 6. 9. 11:13
오늘 이야기는 꼭 피방 이야기만은 아니다..
그리고 어제 오늘의 이야기도 아니이다..
시정 되었어도 벌써 여러번 시정 되어야 할 문제 이건만..잊을만 하면 한번씩 나타나서는 성질을 긁어 대는 이야기 이다.
왕짜증 나는 이야기........
어느날 이던가?
아마도 작년 이맘 때쯤 이었던 것 같다..
그날은 전날의 피곤함으로 집에 들어가기 귀찮아서 가게에서 잠이들었다..
평일이었기 때문에 오전에는 거의 텅빈 피방안에서..
몇몇손님들만의 디아를 잡는 소리를 꿈처럼 들으며 잠이들었다..
얼마나 잤던가?
원래 좀 예민한 구석이 있었는지는 모르겠으나..
낯설은 소리를 듣고 퍼득 잠이 깨었다..
"....소화기는 ,,,,,,,"
"네, 어디서 오셨..."
"...소방......."
언듯 듣자니 소화기 운운하는 것이 예전에도 왔었던 그런 부류인듯 하였다.
얼른 일어나서 옷을 챙겨 입고..눈을 비비며 뛰어 나갔다..
"윤아! 무슨일이니?"
"소화기 검사하러 나오셨다는데요.."
"그래...이리로 좀 와 보세요.."
가게 뒤로 불렀다..
복장은 곤색 점퍼..
다이얼리도 하나 들고..
점퍼 가슴부분에는 무슨무슨 소방공사라는 상호가 새겨 져있었다..
" 자, 이쪽으로 좀 앉으시지요.."
"네, 사장님 되십니까?"
"그런데요, 무슨일로 오셨습니까?"
"다름이 아니라 겨울철을 맞아서 화재 예방을 위해 소화기를 점검하고 있습니다....어쩌고 저쩌고.." 한참을 주절 되려고 한다..
"그런데, 소방공사가 뭐하는곳이지요?..도대체 뭐하는 곳이길래 남의 집 소화기를 점검하는 겁니까?"
거기가 저기 동대문구에 있는 무슨무슨 소방 공사 아닙니까?.."
"........."
"이 사람아! 지난번에도 당신네 가게 과장이라는 사람이 여기와서 떠들다가 나한테 혼나고 갔어..여기 명함 보이지..이 사람 하고 같은 가게네."
"......"
"거기 소방공사라는 곳이 소화기 팔아먹는곳 아니야?"
거기나 여기나 다 같은 자영업을 하는 가게인데, 당신이 뭐길래 남의 가게에 들어와서 소화기를 점검하느니 마느니 그래..당신 지나가는 사람 붙잡아 놓고 몸에 때 씻었는지 안씻었는지 검사 한다고 그러면 가만히 있겠나?"
",,아니요, 그게 아니라..소화기만 보고 가려고요.."
"허참, 정신 빠진 사람이군..왜 내 소화기를 당신 한테 점검을 받냐고...당신이 도대체 뭔데.."
"알았어요, 가면 될꺼 아닙니까.."
"이 보슈, 정당하게 영업하슈..그런식으로 사기 아닌 사기 치고 돌아다니지 말고.."
당신들이 소화기 점검 안해 주어도, 이 동네는 소방서에서 나와서 친절하게 점검해 주고 사용법과 관리요령까지 알려 주고 가니까, 되도록이면 이동네는 오지 않는게 좋을것 같네요..자! 어서 가시지요.."
두말 없이 사라져 가는 그사람....
정말 어처구니가 없다..
같은 상호를 새긴 점퍼를 입은 그 회사 과장이라는 사람과 실갱이를 한지 불과 석달 남짓한 기간인데..
또 저런 사람이 나타나다니...
그때는 그 사람을 잡아 놓고 소방서에 확인 전화 까지 해 보고, 인터넷에서 소방공사라는 곳을 검색까지 해보았다..
결과는 전기 안전공사니,지하철 공사니 하는 공사와는 전혀 상관이 없는 순수한 상호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소방공사라는 곳은..
소화기도 팔고, 소방 장비도 팔고 그러는 곳...
기분 드럽게 나빴다..
복장 마저도 공무원 비슷하게 차려 입고..
우리나라 자영업자들....공무원이나 경찰, 한전, 세무서,이런곳에서 나왔다고 하면..
괜히 주눅도 들고, 지은죄가 없어도 죄지은 것 같고 하는게 기정 사실화 되어있는듯 하다..
피해의식..이딴게 쓸데 없이 차지 하고 있어서 일까?
사실 죄가 없어도 심야에 경찰공무원들이 단속을 나오게 되면..가슴을 쓸어안고 고분 고분 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보니..
소방공사라는 상호를 새긴 곤색 점퍼를 보면 웬지 쫄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물론, 성질 더러운 나같은 인간이나, 무대뽀 정신을 가진 무대뽀형 인간들에게는 아무런 약빨도 없는 영업 방침이지만, 대다수의 마음 여리고, 힘없는 백성들은 분위기상..벌써 한수 접고 들어가게 되다보니..
멀쩡한 소화기를 몇만원씩 주고 새걸로 바꾸기도 하고, 정가 보다도 더 비싸게 소화기를 사기도 한다..
물론 소화기의 정가가 얼마인지는 모르지만...
대체적으로 구로동 공구 상가나 청계턴 공구 상가에서 살 수 있는 가격보다 훨씬 비싼 가격에 구입을 하게 되는 것이다..
한마디로 더러운 영업 방침이다..
영업이란? 일종의 서비스 업인데..
공사 운운하면서 물건을 팔아 먹는지 알 수가 없다.
벌써 이런 일들이 벌어지고 있는지 굉장히 오랜 세월이 흘렀건만..그 어느곳에서도 제재를 한다는 것을 듣지 못했다..
얼마나 많은 세월이 흘러야지만, 이렇게 우수꽝 스런 일들이 사라지게 될 것인지 알 수가 없다.
물론, 소화기는 필수품이다..
많이 사 놓은다고 나쁠 것 하나도 없다..
가게 입구에도 놓고, 카운터에도 놓고, 에어콘 옆에도 놓고,컴퓨터 옆에다가도 하나씩 놓고..
가게안을 온통 소화기로 장식을 해도 좋다..
그리고 일년에 몇번씩 새로 충전을 해도 좋다..
단지, 내가 하고픈 말은 곤색점퍼에 주눅이 들어서 소화기를 사지 말라는 이야기 이다.
여러분이 주눅이 드는 사람이 많아지면, 곤색 점퍼를 입는 사람들이 자꾸 늘어 날까 두려워서이다..
겨울철 화재 조심하시고...
감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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