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제>화정역 4번출구..
블로그에 글을 쓰고 있다가 한통의 전화를 받았습니다.
평소 너무나 친하게 지내던 분의 이름이 뜨더군요..
반가운 마음에 얼른 전화를 받으니..다른 목소리..그 분의 아들..
의아해 하면서 이야기를 들으니..
오늘 새벽에 교통사고로 운명 하셨다는 겁니다..
그 충격..
커다란 해머로 머리를 한대 맞으면 이럴 것인가?
아무런..대답도 할 수 없었습니다.
가슴은 콩닥 거리고..
머리는 멍해지고...
그냥..알았노라고..그 말 한마디만 할 수 밖에요..
그리고..
집에서 멀지 않은 그 병원 장례식장으로 달려 가 보았습니다..
지하로 내려가는 입구에..
상주와 나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 주던 바로, 그 형의 이름이 적혀 있더군요..
믿을 수 밖에 없는 현실..
이제 어찌 해야 하나..
아무런 말도..아무런 일도 할 수 없는 무기력 함이 몰려 옵니다.
덜렁 남겨진..두 아이와 형수..
쳐다 볼수도..말을 이어 나갈 수도 없지요..
세상은 정말 공평하지 않은가 봅니다..
그렇게 힘들게 살아 온 사람을..
그렇게 덜렁 데려 가 버리다니..
정말..
하늘도 무심하십니다.
불과 몇주전만해도...
나와 함께 소주잔을 부딪히며 형제 이상으로 지내자며.다짐 하지 않았던가?
어째서..혼자 그렇게.. 싸늘히 냉동고 속에 누워 계십니까?
화정역 4번 출구..
그 포장마차..
다시 불이 켜질날이 있을까?
이제 그 곳을 지날 때면..
언제나 마음속에만 간직해야만 할 사람이 되어 버렸다.
곰수니를 데리고 산책할 때면..
항상 들르게 되던..
바로 그자리..
이제는 내가 들릴 수 있는 곳이 없어져 버렸다.
아무때나..
더워서 잠못 이루는 밤..
짜증나고 복잡할 때면..
그냥 그대로 달려 가던 그 곳..
그래서 한잔 술을 마시며..
잠시나마 서로의 위안이 되던 그 자리가..
이제는 없어져 버렸다.
내 인생의 또 하나의 동반자 이던 바로 그런 사람..
이 더운 여름날을..
휴가도 없이 그 고생을 하더니만..
고작 그 세월을 살겠다고..
그리도 악착을 떨었는가?
부디 좋은 세상으로 가시기를..
몸은 무더위에 땀으로 젖어 들고..
마음은 슬픔속에..눈물로 젖어 듭니다..
살아 있어도 살아 있다 말할 수 없는 무기력한 우리의 존재를..
그동안 너무 망각 하고 살아 왔던 것은 아닌지요?
마음속이 답답 하다 못해 터져 죽을 지경입니다.
화정역 4번 출구..
이제 어찌 그 곳을 지나쳐야 하는가?
친형제 이상으로 살갑게 지내며..
서로의 마음의 언덕이 되어 주던..
그 형이 있던 곳..
이제 어찌 그 곳을 쳐다 볼수나 있겠습니까?
남겨진 가족들은 어찌 살아 갈꼬..
감히 그 가족들을 쳐다 볼 수 없습니다.
오늘밤은 그 곳에서 술로 달래 보렵니다.
술 김에 잊혀 질 수 있다면..
그 동안의 추억들을 깡그리 지워 버리겠습니다.
몹쓸 사람 많은 세상에서..
진짜로 좋은 사람 한명 만났다고..
얼마나 좋아 했었는데..
험난한 세상..
형제 이상으로 힘이 되어 살아 가자던...
그 목소리가 아직도 귀에 생생 합니다.
불과..수년전..
20여년을 같은 일을 하며, 친형제 이상으로 지내던 친구를 잃은 적이 있었습니다.
그 타격과 그 충격은..
정말 어마어마 한 것이었지요..
자고 일어나서 돌연사를 해 버린 그 친구의 아들에게서 왔던..
그 전화 속에 목소리와
오늘 받은 그 형의 아들의 전화 속에 목소리로..
그 충격과 타격을 또 한번 맞이 하게 되었습니다.
일어설 힘도 없어 집니다.
그 저 멀리서 지켜 볼 수 밖에 없는 그 친구의 남겨진 가족들...
이제 또다시..
그런 가족이 생겨 났습니다.
이번에는 비명 횡사 입니다.
그 차에 같이 탔던 가족은 어떤 심정 일까요?
같이 사고 가 났으니 마땅히 성하지 않은 몸으로 영안실에서 오열을 하는 형수는 어떤 심정 일까요?
꿈이 었으면 좋겠습니다.
이따가 저녁때 찾아 가야 할 곳이..
병원 영안실 4호실이 아닌..
화정역 4번 출구 그 포장마차 였으면 좋겠습니다.
없는 사람들에게는 가장의 죽음은..
가족 모두의 죽음과 마찬가지일 수 있습니다.
내 친구가 죽었을 때 그랬습니다.
받을 돈은 하나도 없고, 줄 돈만 남았었습니다.
죽은 후 재산 정리 하니..
남은 가족 살아 가기 힘들게 되더군요..
그래도 빌려간 넘들은 입딱아 버리고..
받아 갈 넘들은 악착같이 받아 가더군요..
어렵게 살아 가는 그 모습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었는데...
또 그런 모습을 보고 살아 야 합니다.
아까 잠시 영안실에 들렸을 때..
제가 본 모습중에서 가장 슬픈 모습은..
가장의 죽음을 슬퍼할 겨를도 없이..
현실과 싸워야 하는 가족들의 모습이었습니다.
손님 맞이 부터 시작해서..
장지 문제...교통사고 관련문제..등등..
정작 죽음 보다도 더 크게 닥쳐올 현실 속에 난관들..
그 것을 이겨 나가야 할 그 가족들의 모습..
저 영정 뒤에 누운 그 형은 얼마나 답답 할 것인가?
뛰쳐 나오고 싶을 정도로 답답해 할 것 같아서..
제 속도 답답해 죽겠습니다.
벌려 놓은 일도 많은데...
어떻게 그 속에 누워서 눈을 감을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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