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방에서..

라이타 가져 가기..

두리아빠119 2003. 6. 9. 11:13
"어서 오세요"
"자리 하나 주세요."
"뭐 하실 거지요?"
"그냥 스타나 하려고요.."
"네, 이쪽으로 앉으세요.."
잘 모르는 손님이 들어오고 자리를 배정하기 까지의 일상적인 대화이다.
물론, 자주 오는 손님의 경우 주로 무엇을 하는지를 알기에 거의 필요 없는 대화이다.
더구나 자주 오는 손님들의 경우 주로 자신들이 앉는 자리가 정해져 있다.
한 피방안에서도 자신이 앉는 자리가 정해져서 다른 자리에 앉으면 무척이나 낯설어 한다.
잠자리가 바뀌면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하는 것처럼.
예전에는 동네에 피방이 새로 오픈을 하면 단골 손님 빼앗길 까봐 전전긍긍한 적도 있었다.
그러나 위와 같은 이유로 단골 손님들이 피방 바꾸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난 후에는
근처에 피방이 새로 오픈을 하던 가격을 싸게 받던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다.
대신에 한번 우리 피방에 발을 들여 놓은 손님들이 계속 찾아 올 수 있겠금..최선을 다할 뿐이다.
나이가 비슷하다면 동네의 아는 인맥도 들먹여 보고, 게임하는것을 보면서 참견도 하고,
무슨일을 하는지 꼬치꼬치 캐묻기도 해서 일이야기도 나누어 보고, 손님들과의 연관성도 들먹여 보고는 한다. 그날 기분에 따라서 농담도 심심치 않게 건네다 보면 자연히 다른곳을 갈래야 갈 수가 없는 사이가 되어 버린다.
물론 영원한 단골은 없다는 것은 항상 명심하여야 할 사항이지만...

피방을 시작하면서 알게된게 있다.
대부분의 흡연자들은 라이타를 가지고 다니지 않는다는 것이다.
초기에는 그것 때문에 무지하게 고전을 하였다.
한 밤중에 라이타 내놓으라는 손님들 때문에 마음 고생이 장난이 아니었다.
라이터 없어서 담배 못피우면 두시간 할 손님들이 한시간만 하고 나가게 될까봐..
저녁무렵에 미리 미리 일회용 라이타를 열개 정도씩 사다 놓았는데,
이 라이타가 하룻밤을 못 버티는 것이었다.
"여기 담배하나 주세요"
"네, 여기 있습니다"
"라이타도 빌려 주세요"
한시간을 하고 가는 손님이나 두시간을 하고 가는 손님이나 담배를 사면 꼭꼭 라이타 까지 빌려 달라고 하는데, 그냥 빌려만 가면 다행이지만, 쓰고는 꼭꼭 자기 주머니에 챙겨 가지고 간다.
물론, "라이타 돌려주세요" 하고 당당히 요구해야 하는데, 서비스 업이라는 것이 자기의 입장만 내세울 수도 없기 때문에 마지막 라이타인줄 뻔히 알면서도 야박하게 생각할 까봐 달라는 이야기도 못하고 그냥 눈뜨고 보내는 적도 많았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는 왜 라이타를 돌려달라는 이야기도 못했나 하는 생각이 들지만,
오픈 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당연히 고정 단골도 없는 싯점에서 손님 한사람 한사람에게 라이타 하나에 몇푼 간다고 저렇게 깐깐하게 하나 하는 인상을 심어주고 싶지 않았던 것이 그때의 심정이었다.
사실 라이타 하나에 몇푼 가지 않는다.
판촉용으로 라이타를 맟추게 되면 피방 상호까지 넣더라도 천개에 돈 십만원이면 충분하고도 남는 가격이다..근데 그것이 잘못된 시작이었다.
그 당시에 버티다 버티다 그렇게 일회용라이타를 구입하는 돈이 만만치 않게 되자,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을지로의 광고 회사에 싼가격으로 광고용 라이터를 맟추게 되었다.
처음에는 보이는 곳에 놓고 필요한 사람들이 가져가겠끔 하였다.
50개 짜리 한 박스가 하루를 지나고 나면 달랑달랑 하였다.
두박스 째 부터는 카운터 컴터 뒤에 감추어 놓고 달라는 사람만 주었다.
어차피 광고용인데 빨리빨리 나누어 주는게 좋은 것 아닌가? 생각 할지 모르지만,
절대 아니다. 왜냐면 맨날 같은 사람이 라이타를 가져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어떤 손님은 하루에 서너번 씩 우리 피방에 오는데, 이사람은 올때마다 하나씩 가져갔다.
나중에는 자신도 미안한지, 자기네 집에 우리집 라이타가 한자루나 있다고 하면서 다음에 가져다 준다고 하면서 또하나 가져간다.
물론, 그 후로 오늘날 까지도 우리 피방에 오면서 라이타를 가져 오는 날이 거의없다.
집에 있는 라이타 역시 가져오지도 않는다.
그래서 요즘은 계산 할때마다 잊지 않고 라이타를 챙긴다.
속으로 쫀쫀한 넘이라고 욕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도 당하고만 살 수는 없는걸..
오늘도 글을 쓰는 와중에도 다섯개의 라이타가 나갔다.
오늘은 몇개나 잊어 먹으려나..
처음 가져간 사람은 아가씨였다.
항상 26번 컴에 앉아서 컴퓨터와의 고도리만 죽어라고 치는 여자 손님이다.
"아저씨, 담배 하나하고 캔커피 하나하고 불도 좀 빌려 주세요"
거의 정해진 레파토리이다..^^
하루도 안빠지고 우리집을 찾아주기때문에 하루라도 안보일라면 기다려 지는 손님이다.
그 손님이 들어오는 순간 캔커피가 있는 냉장고로 자동으로 손이 이동을 한다.
거의 자동화 수준이다.
물론 이 손님은 지금까지 라이타를 한번도 가져 간 적이 없는 굿 매너의 손님이다.
두번째 가져간 손님은 1번 컴퓨터에 앉았다.
레드얼렛이라는 전략 게임만을 하시는 손님이다. 물론, 간간히 스타크래프트도 하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레드얼렛으로 시간을 보낸다.
" 담배 하나 주세요, 라이타도요.."
이 손님은 내 기억으로는 라이타를 잘 가지고 다니는 손님으로 기억이 된다...신경 안써도 되겠다.
세번째는 지난번 화장실에 휴지 안가지고 가서 다리가 저리도록 화장실에 있던 남자 손님이다.
이 손님..아 ! 악명높은 손님이다..물론 나한테만..라이타 수시로 안가지고 다닌다.
올때마다 라이타 빌려 달라고 한다.
잘 반납도 안한다.
오늘은 앞집에서 얻어온 커피숍 조그만 성냥을 주었다. 실컷 쓰고 가져 가세요..
참고로 성냥알멩이가 열댓개 정도 들어 있을 것이다.
하도 라이타를 잊어먹어서 생각해낸 첫번째가 커다란 곽성냥이었는데..
우리 동네 수퍼에서 곽성냥(즉, 유엔 성냥)을 찾았더니 완전히 간첩 취급하는 눈초리였다.
"요즘에 그런 것 쓰는 사람이 어디 있어요? 전부 다 일회용 라이타 쓰지요"
그날 그 수퍼에서 일회용라이타 사다가 고무줄로 꽁꽁 묶어서 공중 전화 옆에다가 묶어 두었다.
고무줄..하루만에 끊어지고 라이타는 행방불명이다.
그 후로 성냥을 수소문 한 끝에 우리집 건너편에 잘아는 커피숍에서 작은 곽성냥을 한박스 얻어왔다.
그 성냥이 색깔도 이쁜 것이 하는 짓도 이뻤다.
그 성냥을 주면서 부터 손님들이 두고간 일회용 라이타들이 책상 서랍 속에 쌓이기 시작했는데,
금방 서랍속에 일회용 라이타들이 바글바글 하였었다.
성냥이 떨어지고 나서 며칠을 버티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며칠 버틴것이 어디인가?
그 라이타들 틈에 숨어 있던 커피숍 성냥을 바로 세번째 손님에게 주어버린것이다.
정말 라이타와의 또 다른 전쟁이다.
이 전쟁을 유발 시킨 또다른 요인은 바로 자신이 아닌가 생각한다.
처음부터 판촉용라이타를 주지 않았던들, 손님들이 피방에서 담배를 사면 으례히 라이타를 끼워주는 것으로 인식 하지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이다.
지금 서랍속에는 3개의 라이타 밖에 남지 않았다.
좀 좋은 방법을 생각해봐야 할텐데..뭐 좋은 아이디어가 없는지..
아 ! 그렇다 7월 달 부터는 피방에서 담배를 팔지 못한다고 하였으니 이제는 라이타도 없다고 잡아 떼야겠다. 피방에서 하듯이 담배가게에 가서도 담배 사면서 라이타 달라고 할 것인지 궁금하다.
카카..고민 거리하나가 해소 되었다.
어서 어서 7월이 왔으면.....
한참 라이타 때문에 스트레스 받을때였다..
여기저기 모아놓은 라이타..일회용말고 가스 라이타를 모아서 가스를 한통 사다놓고 가스를 팍팍 충전 해놓고 그 라이타를 빌려 주었다.. 설마, 이 라이타도 가지고 가랴?
약 7개 정도 되는 라이타 였는데..지금은 한개도 남아 있지를 않다.
라이타 가스만 한통 남아 있을뿐이다.
아 ! 정말 아까운 권총라이타..은백색 터보 라이터...내 라이타 돌려주...
그중에 하나는 어떤 손님이 1,500원 외상하면서 돈대신 맡겨놓고 간 라이타 였는데......
오늘은 5개중에서 몇개나 회수할려나? 내머리의 기억력을 믿어봐야지..
"라이타 주고 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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