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방에서..

피시방과 컵라면

두리아빠119 2003. 6. 9. 11:13
피시방 하면 절대로 절대로 빼놓을 수 없는 것이 있다.
바로바로 네티즌의 영양식 컵라면이 아니겠는가?
요즘같은 여름보다는 추운겨울에 먹는 따뜻한 컵라면이 제격이지만, 특별난 먹거리가 없는 한은 피시방에서의 컵라면의 입지는 확고한 것이다..우리집에도 여러 종류의 컵라면이 있다.
삼양 컵라면, 신라면, 육게장, 김치사발면,새우탕,짜장범벅,튀김우동,우육탕 등등..
500원짜리도 있고 천원짜리도 있고...
저렴하고 간편한 간식거리이다.
우리집에서 밤을 지새는 단골 손님들에게는 새벽 4시만 되면 500원 짜리 컵라면을 하나씩 돌린다.
이 손님들은 거의 매일을 우리 피방에서 지새우는 분이다 보니..컵라면이 나오는 시간을 빠끔히 알고 있다.."헛, 벌써 4시네.."
매일 매일 먹다보니 컵라면이 질리는 사람들도 가끔씩 있어서..물어보지 않고 주었다가는 젓가락질 한번 안하고 퉁퉁 불어 버린 컵라면을 발견 하게 된다..
예전에 어렸을때 "먹는 것 버리면 죄받는다"는 이야기를 많이 듣다 보니,
그냥 새 컵라면에다 물부어서 버릴라치면 얼마나 가슴이 아픈지 모르겠다.
불기 전에 안먹는 다고 이야기 해주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
이 컵라면이라는 것이 참으로 묘한 것이다.
그 동안 컵라면을 질릴 만큼 먹었는데도 손님들에게 나가는 컵라면에 뜨거운 물을 붓다 보면 솔솔 풍기는 라면 스프냄새에 침이 꼴딱 꼴딱 넘어 간다.
이제는 질릴 만도 한데, 라면은 제 2의 주식이다 보니 어느 정도 시간이 흐르면 또 다시 먹고 싶은 것인가 보다..
이 컵라면에 얽힌 갖가지 일들 중에서도 잊혀지지 않는 일이 있다.
우리 집 단골 손님중에 군 하사관 손님이 한분 계셨다,
21번 컴퓨터에 앉더니 새우탕을 하나 갔다 달라는 것이었다.그당시에는 사발면 하나에 생계란을 하나씩 서비스로 주었었는데,,,
새우탕에 뜨거운 물을 붓고 생계란을 하나 갔다 주고 잠시 카운터에 왔는데, 갑자기 21번 손님이 오더니 걸레를 달라는 것이었다.
"국물 흘리셨나요?"
"아니요, 생계란이 터졌어요.."
급히 달려 가보니 글쎄 이 손님이 생계란을 깨뜨린다고 키보드 모서리를 이용하다가 계란이 키보드속으로 흘러 버린것이었다.
세상에 황당한 일이었다..키보드를 계란 껍질깨는데 이용을 하다니.......
결국 키보드를 새것으로 갈고 계란맛사지를 한 키보드는 물로 세척을 하고 완전 분해하여 청소를 하였으나 결국에는 계란이 어디엔가 남아서 굳어 버렸나보다..
이상한 글씨만 써지는 키보드를 어디다가 쓰겠는가? 그냥 버릴 수 밖에...

우리 아들은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데, 아빠 피방에 오면 다른 아이들이 게임을 하면서 컵라면을 먹는것이 그렇게도 부러웠나보다..
피방에 올때마다 컵라면을 먹으면서 게임을 한다.
"컵라면 먹지 말고 밥 먹어야지.."
"아빠 나는 컵라면 먹을래요.."
올 때 마다 먹는데도 안 질리나보다..
안에 들어가서 식탁에 앉아서 먹으라고 해도 꼭 게임을 하면서 먹는다.
하긴 요즘에는 피방에 올 시간도 없어서 컵라면 먹어 본지도 오래 되었겠구먼..
내일은 집에 들어가면서 컵라면 몇개 갔다가 주어야 겠다...
그외에도 피방에는 컵라면 이외에 또 다른 먹거리들이 있다.
어느 피방에나 있는 것..
땅콩..100원짜리 동전 하나 넣고 뽑아 먹는 심심풀이 땅콩말이다.
우리집에 있는 땅콩의 역사는 우리집 피방의 역사이다,
땅콩기계는 대부분이 피방 것이 아니고 자리만 임대를 해준 것이다.
땅콩을 채워넣으러 와서 그동안 팔린 땅콩의 몇프로를 임대비로 준다.
뭐 사실 땅콩 팔아봤자, 떼돈 버는 것도 아니지만, 약방에 감초 처럼..피방 어느 한구석에 땅콩 기계가 없다면 무척이나 허전 할 것이다.
더구나 요즘 백원 동전 한닢으로 무엇을 할 것인가?
정말 요긴한 땅콩 기계이다.
나 역시 가끔씩 졸려울때마다 땅콩을 뽑아 먹으며 졸음을 쫓기도 한다.
거의 마진으로 받는 돈의 전부가 다시 땅콩이 되어 나의 입속으로 들어 온다고 생각하면 되겠다.
"머리가 좋아지는 땅콩" 기계에 쓰여 있는 광고 문구이다.
그 다음으로 등장하는 것이 각종 스넥이다..
지금 먹으면서 글을 쓰고 있는 새우깡 부터 시작해서, 맛동산,포카칩,오잉,썬칩,오징어 다리,쥐포,쵸코파이,소라과자,러스크,쵸코칩,찰떡파이,생도너츠,쏘세지,양파링,꿀꽈배기,빼빼로,빅쵸코바,짱구등등
물론 이 많은 것이 한번에 전부 있는 것이 아니다.
그냥 골고루 돌아가면서 주문을 한다.
질리지 않겠코롬..
근데, 글을 쓰는 중에 오늘의 히트작이 등장을 했다.
바로 카운터 앞에서 게임을 하던 우리집 단골 손님..나이는 딱 내또래이다..
"어! 한게임이 날라갔어요...."
"네..날라가긴 뭘 날라가요..그냥 인터넷으로 들어가면 되요.."
'인터넷은 어디로 들어가요.."
"거기 바탕화면에 파란색 아이콘 있자나요..네네 바로 그거요.."
한게임 덕분에 피방 익스플로러 초기화면은 거의다가 네이버이다.(한게임 설치할때 초기화면을 네이버로 한다고 물어보는데..손님들 대부분이 그냥 확인을 눌러 버리기 때문이다.)
"여기서 어떻게 해요?"
"거기 상단부분에 한게임이라고 있잖아요.."
"없는데...."
그냥 앉아서 끝낼라고 했는데, 결국에는 옆에가서 자세히 설명을 해주어야만 하였다.
이 손님.
어제는 성인 채팅을 하겠다고 나보고 성인 채팅 사이트 가르쳐 달라고 졸라되었다.
"그냥 야후에 들어가서 채팅이라고 치고 엔터 눌러요.."
"야후는 어떻게 들어가요?"
"주소창에 야후라고 한글로 쓰고 엔터 쳐요.."
" 안들어가는데요..ㅠㅠ"
에공 또 야호라고 썼겠지..아니나 다를까..역시 야호다..
"야호가 아니고 야후요..야후.."
근데, 내가 틀렸다..야후는 한글로 치면 이상한 사이트로 접속이 되는 것이었다.
" 어라! 이상하다 웬만한 사이트들은 한글로 쳐도 접속이 되는데.."
기왕 지사 이렇게 된것 채팅 사이트에 접속 시켜주었다.
"세이클럽"
대충 회원 가입하는 것과 기본 적으로 채팅하는 것을 가르쳐 주었다.
한 몇시간 눈팅만 열라게 했다.
그러더니 오늘 와서 나에게 하는말..
"우리 집에는 세이클럽이 안깔려 있네요..어떻게 깔아야 해요?"
"원래 집에서는 세이 클럽이 안깔려요..라고 말하고 싶었지만...주소창에다가 세이클럽이라고 쓰고 엔터 쳐요 라고 말해 주었다.." 나..너무 양심적인가?
오늘도 채팅만 열라게 한다..
아! 잠깐 이야기가 빗나갔는데 아까 하던 먹거리 이야기로 다시 돌아가야겠다.
작년 여름에는 화상하던 손님이 하도 아이스크림 노래를 불러서 우리집에 오던 아이스크림 대리점 직원들을 통해서 커다란 아이스크림통을 등장 시켰었다..
피방에서의 아이스 크림...이것 역시 수지 맞는 장사가 아니라는 판단아래 올 초에 아이스크림통을 반납 시켰다..
피방에서 아이스크림을 팔면 겪어야 하는 몇가지 이야기..
1.쓰레기가 늘어난다.
2.휴지의 소비가 늘어난다.
3.전기요금이 늘어난다.
4.키보드가 망가질 확률이 늘어난다.
5.책상위에 쭈쭈바가 녹아서 지저분해질 경우가 늘어난다.
6.서비스로 아이스크림 달라는 사람이 생겨난다.
7.음료수가 덜 팔리게 된다.
8.잘 안팔리는 아이스크림은 재고로 밑바닥에 쌓이게 된다.
9.아이스크림이 종류가 이렇게도 많음을 알게 된다.

새우깡이 두 종류라는 것을 아시는지요?
매운 새우깡과 그냥 새우깡..
한 사람은 매운 새우깡이 맛있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그냥 새우깡이 맛있다고 하고..
이럴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그냥 아무 새우깡이나 먹지..잡화 가져 오는 사람도 나를 무지 까다로운 사람으로 생각하는 것 같다.
한번은 그냥 새우깡, 한번은 매운 새우깡,,,
피시방은 정녕 슈퍼나 구명가게가 아닐텐데..그냥 있는데로 먹어 주었으면 좋을텐데..
"어! 소라 과자 없어요..? 맛동산은요?"
"이 오징어 다리는 맛이 없는데요.."
"이건 500원 씩이나 하면서 왜 이렇게 양이 적어요,,"
"아..먹을만한게 없네.." 그럼 그냥 게임이나하셔.......^^
사실 나도 군것질을 무지하게 한다.
오징어 다리, 새우깡,음료수 등등..오늘은 무엇을 먹어줄까? 하면서 살펴보아도 먹을게 없기는 없다.
뭐, 획기적인 먹거리 없을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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