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방에서..

채팅하기

두리아빠119 2003. 6. 9. 11:13
지난 칼럼에 잠시 등장해서 성인채팅 사이트 찾아 달라던 손님이야기 이다.
이 손님은 우리집에서 거의 매일밤을 지새운다.
그렇다고,,뭐, 백수는 아니다.
잠깐 일이 없어서 공백기간을 가질 뿐인데, 집에 있자니 심심해서 피방에 나오는 것이다.
이 손님이 처음에 왔을 때는 주로 스타크래프트를 하였던것 같다.
매일 오기는 하였지만 본격적으로 친해지기 전에야 그냥 자주 오는 손님이려니 할뿐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그냥 스타만 하는 매니아 인지 알았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후에 보니 같이 오는 친구도 있었고 동네 후배들도 상당히 많았다.
나중에 알고 보았더니 나와 같은 또래였다.
근데, 아직까지 총각이래나? (진짜 총각 맞나?)
어쨌거나 언제 부터 인지 한게임을 하기 시작을 하였다.
한게임 포커..
그럭 저럭 시간 때우기 좋은 게임인 것 같다.
그 손님 역시 한게임이나 스타를 하면서 매일 밤을 나와 함께 지냈다..
약 서너달을 같이 밤을 지새다 보니 자연히 친해 지게 되었고, 물론 아무리 친해도 주인과 손님의 관계지만 그럭저럭 농담도 하면서 지내게 됐다는 야그다.
그러더니 며칠전 부터 채팅, 채팅 노래를 불렀다.
그래도 그중에서 건전하다는 세이클럽에 접속시켜주고 대충 이용법만 알려 주었다.
첫날은 그냥 눈팅만 하니까 수시로 방에서 쫓겨나기 바쁜 것 같았다.
손가락이 안따라 주니까 그냥 눈팅만 열심히 할 수 밖에..
나이먹은 총각의 채팅의 목적이 과연 무엇일까?
어제부터는 방만드는 것을 깨우쳤나보다..
방을 만들어놨는데..제목이 "나랑 놀 일산여자"였다.
새벽에 뭐하고 놀려고?
혼자 방만들어 놓고 다른 사람들 게임하는것 구경하고 있는 폼이 영락없이 낚시질 하는 폼이다..
미끼 던져 놓고 마냥 기다리는 낚시처럼..방하나 만들어 놓고 시간을 죽이고 있다.
가끔씩 남자들만 들락 거리고...몇시간을 낚시질을 하더니만 결국에는 포기를 하고 스타크래프트를 하다가 집에 갔다..
결국 오늘 일은 터졌다..
오늘은 세이클럽이 아니었다.
어떻게 알았는지, 한게임의 채팅방으로 들어가서 방을 만들었나보다..
한참 낄낄 거리면서 채팅을 하더니 잠시 나갔다 와야된다고 한다..
"어디 가게요?"
"이 여자 만나러 가요.."
헛, 결국 낚시질에 성공하셨나벼..
무용담 처럼 설명을 해준다..
"32이라는데요, 유부녀래요.."
"유부녀를 이시간에 만나서 뭐하려고요, 그여자는 남푠도 없데요..?"
"남푠이 당직이라는 구먼이요..내 얼른 갔다 올께요."
"에공..채팅이 문제는 문제구먼.."
"그냥 차나 한잔 마시고 오려고해요.."
채팅 시작한지 며칠이나 됐다고 벌써 여자를 꼬시다니...더구나 유부녀를,,
이 새벽에 만나서 어쩌겠다고 저리 급히 달려가나..
"하여간에 금방 갔다 올께요.." 휘리릭~~~~~
예전에 언젠가 일이 떠오른다..
저녁무렵 나타나는 여자가 있었다.
약 20세 전후..
항상 불안하게 보이는 눈동자를 가진 여자였다.
힘없이 가게에 들어와서 이리저리 두리번 거리다가 구석진 자리를 찾아 앉는다.
그리고 바로 채팅을 시작하는데, 채팅을 한지 2분 가량만 지나면 가게로 전화가 오기 시작한다.
'때르르릉'
"네, 피시방입니다.."
"거기 몇번에 앉아 있는 아가씨 좀 바꾸어 주세요.."
역시 그여자를 찾는다..
처음에는 그냥 신경을 안썼었는데, 우연히도 통화 내용의 일부분을 듣게 되었다..
..
.
"네, 10만원이요.."
"아니요, 이쪽으로 오세요"
뭐가 10만원이라는 말이지?
그때부터 관심을 가지고 체크를 하였다..
그 여자는 그렇게 약 한시간 가량 채팅을 하면 약 대여섯 번은 전화를 바꾸어 주어야 했다.
이틀째 되던날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삼일째 되던날 또 다시 그녀가 오고 얼마후 전화가 오기 시작했다.
때르르릉
"네 , 피시방입니다.."
"*번에 앉아 있는 아가씨 좀 바꾸어 주세요.'
"몇번이요? 이름을 말씀 하세요..그렇게는 못찾는데요"
"어, *번이라고 그랬는데, 네, 잠시만요.."
"지금 바쁘니까 다시 전화 하세요.."
딸깍
약 2,3분이나 흘렀을까?
따르르릉
"네 피시방인데요.."
'아, 방금 전하했던 사람인데요..김** 좀 바꾸어 주세요.."
이쯤하면 안 바꾸어 줄 수도 없다.
역시 통화내용은 비슷하리라 짐작된다.
여자가 방을 만들어 놓고 적당한 상대를 찾아 피방 전화번호를 알려주고 전화로 흥정을 하는..그런 방법..
여자가 전화 통화를 마치고 자리로 가기 전에 잠시 불렀다..
"이리로 잠깐만 와 보세요..할 말이 있어요"
"네?, 무슨.."
"아가씨, 무슨 사정이 있어서 그러는지는 모르지만, 그런일 하려면 우리집 피방 전화번호 알려 주지 마요..아가씨도 성인이니까 무슨일을 하던지 저랑은 상관없지만 이런 전화는 이제 안바꾸어 줍니다, 직접 전화번호 가르쳐 달라고 해서 아가씨가 그쪽으로 전화 하세요..그런 일로 이곳으로 전화 안오게 해주세요.."
"네,알았어요.."
생각보다는 순순히 대답을 한다.
결국 그 아가씨는 그날을 마지막으로 우리집에 나타나지 않았지만..또 다시 어느 피시방을 헤메고 있으리라는 생각이 든다..
채팅 자체는 별로 나쁜 것 같지 않은데..물론 나도 수시로 채팅을 한다.
길드원들과 주기적인 정팅도 갖고, 방방곡곡 멀리 떨어져 있는 다른 피방 쥔들과도 정보 공유를 하기 위해 채팅도 하고, 마눌님이 뉴질랜드에 갔을 때도 역시 채팅을 하면서 못다한 이야기들을 풀어 됐었다..정말 편리하기도 하고 그 어떤 게임보다도 재미있는게 얼굴 모르는 사람들과 이빨을 푸는 것이리라. 아..잠시 이빨이라는 저속어를 사용하였는데, 사실 다른 단어가 생각이 나지 않아서 이다..
뭐 더 좋은 단어가 생각나면 다행이겠는데..우리 어렸을 적에는 그냥 국어사전에 나오는 단어 처럼 쓰던 말이라서 그냥 써봤는데, 좀 이상하기는 하다..그래도 "썰" 이나 "야브리" 보다는 낮지 않겠는가?
훨, 지금 도대체 뭔이야기를 하고 있담...이야기라는 좋은 단어가 있는데...
어쨌거나 채팅은 재미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뭐가 그렇게 재미있을까? 하는 사람이 있을지 모르겠지만..
진짜 재미있다..
대부분의 채팅을 하는 사람들을 멀리서 지켜 보면 혼자서 웃고 혼자서 신나한다..
가끔씩 혼자 중얼 거리기도 하고, 어떻게 보면 정신 이상자 같다고 생각 할 수도 있다.
채팅 삼매경이라고 하여야 하나..
근데, 요즘은 이 채팅 때문에 피방쥔들에게는 고민 거리가 늘어났다..
요즘 대부분의 채팅 프로그램과 메신저 프로그램에는 화일 전송기능이 있는데...
이 기능을 나쁜곳에 이용하는 사람들이 가끔씩 있기 때문이다..
피방 컴퓨터에 있는 중요 화일들을 서로간에 주고 받는 일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일들은 각종 게임의 시디키나 계정 해킹에 관게가 되기 때문에 카운터에서 안보이는 부분에 대한
수시 정찰을 강행하게 된다.
경우에 따라서는 의심가는 사람들의 뒤에서서 감시를 하는 경우도 있고, 전용선 업체에 전화를 하여서 아이피에 대한 트래픽을 체크하기도 한다.
채팅..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고..
약이 되기도 하고 독이되기도 하는 양면성을 지녔다.
피방쥔으로써 한가지 바라는 것이 있다면 채팅은 그냥 채팅으로 끝났으면 좋겠다는 것이다.
매매춘을 위한 도구나 불륜을 위한 도구같이 나쁜 곳에 이용되지 말았으면 좋겠다.
애써 만들어진 좋은 도구가 이런 일부분 때문에 나쁘게 비쳐지질 않았으면 좋겠다.

아까 유부녀를 만나러 나갔던 우리집 손님이 나간지 두시간 남짓해서 돌아왔다.
"어라! 금방 왔네요..넘 빠른 것 아니예요?"
"아이, 그냥 커피한잔 마시고 왔어요.."
"설마, 유부녀가 이 새벽에 남자를 만나고자 할 때는 다른 목적이 있었던것 같은데,,유부녀 맞기는 맞나요..?"
"진짜로 이야기만 해주고 왔어요, 다른 남자들이 만나자고 하면 나가지 말라고요..나쁜 넘들 만나면 큰일난다고요..그쪽도 차를 가지고 나와서 차안에서 자판기 커피 하나 뽑아서 마시고 온거예요.."
이 이야기를 믿어 말어?
에라 믿으면 뭘하고 믿지 않으면 어쩔건가?
어느 덧 날이 밝았다..잠이나 자러 가야 겠다.
"즐팅 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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