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방에서..

피시방2

두리아빠119 2003. 6. 9. 11:13
지난번 이야기의 두번째 입니다..
지난번에 제가 386 컴퓨터를 가지게 된 연유를 설명해 드렸지요..
하여간 그날은 일요일이었기에 컴퓨터를 찾아 오지 못했지만..기쁨에 들떠서 잠을 설쳤습니다.
다음날은 일찍 일어나서 밥을 먹는둥 마는둥...
용산으로 달려 갔지요.
그때 당시는 용산에 별로 갈 이유가 없는 일반인이었기에...
상품권에 나와 있는 선인상가 4층..** 컴퓨터를 찾아가는데도 한참을 걸렸습니다.
하여간에 컴퓨터를 받아가지고 집으로 와서 기대반, 흥미반으로 전원 스위치를 눌렀습니다.
"딸깍"
위~잉
그냥 검은 화면에 커서만 깜빡이고 있었습니다.
이제 무슨일인가를 하여야 하는데...
난감 했습니다..컴퓨터는 깡통이었습니다.
그냥 최소한의 부팅만 할 수 있도록 시스템 화일만 달랑..
" 이게 뭐야 ?" 와이프의 궁시렁입니다.
"웅...이게 컴퓨터야..."
" 당신 프로그램하는것 배웠다고 했잖아?"
"응, 그런데 이것하고는 달라..."
첫날은 완전히 c:/ 이것만 보다가 말았습니다.
" 전기값 많이 나가겠다, 어서 끄자.." " 그~래"
"딸깍"

컴퓨터 주면 당연히 프로그램도 주는줄 알았는데..
완전히 속은 느낌이었습니다..
"흥, 공짜로 컴퓨터 준다고 프로그램 하나 안 깔아주다니..두고 보자..쳇"
그 당시에는 컴퓨터를 사면 각종 프로그램을 잔뜩 깔아 주었었는데...
나 보다 먼저 컴퓨터를 소유 하고 있던 조카와 가까운 사람들에게 도움을 요청하였지요..
그 당시에 잘나가던 내친구 넘은 486 최신 기종에 하드도 1기가 를 갖추고 있었습니다.
노트북은 물론이고 디지 타이저와 21인치이던가? 대형 외제 모니터도 갖추고 있었지요
더구나 컴퓨터 타입도 대형 서버 타입 이었습니다..
케이스가 얼마나 크던지...
그 친구네 집으로 컴퓨터를 들고 가서 진단을 받은 결과...
시피유 DX-40 하드 61메가 메모리 1메가 5.25 인치 플로피 디스크,시스템 화일 몇개..
딸랑 이게 전부 였지요..
그 친구는 캐드작업을 집에서 하청 받아서 하는 프리랜서 였는데..
내 컴퓨터를 보더니 피식 웃더군요..
그러면서 피시통신 천리안에 접속을 하더니..가장 최근에 업데이트된 M이라는 프로그램을 다운 받더니
나의 컴퓨터에 설치를 해주었습니다.
물론 도스도 최신 버전으로 깔아주고..캐드9.0도 디스켓 여러장에 복사를 팍팍 해 주었습니다..
"너 , 캐드 프로그램 쓸려면 코프로세서 사다가 설치해야 한다.."
친절한 설명도 아끼지 않았습니다.
"웅,,아라쏘..코풀어쎘어..??"
M사용법에 대해서 강의를 들었습니다.
정말 환상적인 프로그램이었습니다. 무슨 이야기인지는 자세히 몰라도 진짜로 쉬워 보였습니다.
그렇게 그 시스템으로서는 감당하기 벅찰 정도의 최상의 셋팅을 해가지고 집으로 왔습니다.
처음 해본 게임..테트리스.
처음 해본 타자 연습..한메 타자
그날 와이프와 같이 의논을 하였습니다.
그 결과 일을 해야 하는 나는 시간이 없으니까..와이프가 컴퓨터 학원에 다니기로 하였습니다.
그날 배운것을 다시 나한테 가르쳐 주기로 하고요..
나는 즉시 서점으로 달려가서 컴퓨터 기초 책을 한권 샀습니다.
다음날 와이프는 컴퓨터 학원에 등록을 하고요..
그렇게 컴퓨터를 시작 하게 되었습니다.
지금 처럼 완전히 셋팅이 된 편리한 환경에서 시작 한것이 아니라..
공짜라는 죄때문에..방금 포멧한 따끈 따끈 한 환경에서 시스템 화일만을 가지고 컴퓨터를 시작 하게 된것입니다...
그 당시로 부터 10년 전에 배웠던 프로그램 공부는 전혀 쓸모 없는것이었고요.
개인용컴퓨터는 프로그래머들이 개발 해 놓은 프로그램만 잘쓰면 되는 것이었습니다.
그 후 거의 매일밤을 나의 유능한 친구는 나의 전화 공세에 시달려야 했습니다.
뜬눈으로 밤을 지새우며, 그 깡통넘과 어느정도 친해 지게 되자..
이제는 통신을 위해서 또다시 업그레이드를 시작 하게 되었고..
그당시 제일 좋았던 한화 2,400 팩스 모뎀을 팔만원 가량에 관광 터미널 상가에서 사왔습니다.
하이텔이냐? 천리안이냐?
고민 고민 하다가 하이텔을 선택하고 처음으로 이야기5.*를 사용하여 피시통신에 접속하던날은
막힌 귀가 뚫리는 기분이었습니다.
그날 부터 시작한 자료실 다운로드는 몇년간 계속 되었습니다..
그당시는 1메가 짜리 화일은 감히 받을 생각도 하지 못했습니다.
전화요금도 전화요금이지만 중간에 받다가 끊어지면 처음부터 다시 시작 해야되기때문에..
보통 끈기와 인내심으로는 시도도 해보지 않는게 나았습니다.
어쨌거나 컴퓨터라는것은 역시, 이론이 아니었습니다.
학원에 나가는 와이프와 나의 발전 속도가 바로 그것을 증명 해주었지요.
집에서는 도스 쉘인 M을 사용하여 마우스와 단축키로 간단 하게 복사와 이동, 삭제를 하는데..
학원에서는 각종 도스 명령어를 일일히 쳐서 그 작업을 하였으니..
얼마나 우수운 일입니까?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와이프한테서 배울 것이 하나도 없게 되자,
결국 와이프는 두달만에 나에게 패배를 선언하고 컴퓨터 학원을 때려치고 맙니다.
집에서 혼자 독학을 하는 나는 날아 다니고 있는데..
체계적으로 배운다고 들어간 학원에서는 기어 다니고 있었으니..
학원비가 아까운 생각이 드는것은 당연했지요..
그돈으로 책을 한권 더 사겠당.
어느 정도 그당시의 소프트웨어를 섭렵하고 나자, 이번에는 하드웨어쪽으로 관심이 가기 시작 했고,
공휴일이면 용산 상가를 어슬렁 거리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용산, 그곳은 악마의유혹입니다.
왜 그렇게 사고 싶은것이 많은 동네인지,...사운드 카드, TV카드, 9,600모뎀, 넉넉한 대용량 하드드라이브....이곳 저곳 기웃거리는게 나의 취미 생활 이었습니다.
그리고 여름, 삼성동 코엑스..
컴퓨터 전시..컴덱스..
드디어 그곳에서 옥소리 환상특급이라는팩키지를 사게 됩니다.
2배속 시디롬과 옥소리3.8이 같이 들어있는 환상적인 팩키지였지요..25만원이었던가?
번들 시디에는 노래방 시디도 들어있었고..내친김에 마이크까지 샀습니다.
그날 이후로 우리집은 동네 노래 방이 되었지요..
수천곡이 들어있는 시디를 보면 마음이 흐믓해져셔..노래는 안하고 그냥 틀어놓고만 있어도..
기분이 삼삼했답니다..
물론 이 당시 자연 스럽게 익힌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에 대한 관심이 지금 피시방을 운영하는 아주 중요한 저의 노하우가 되었지요..
인간의 욕심은 끝이 없다고 하던가요?
사운드 카드와 모뎀과 시디롬만 달면 더이상 바랄게 없는것 같았는데.
이제는 하드드라이브 용량도 모자라고, 윈도우3.1도 깔고 싶고,윈도를 깔자니 메모리가 모자라고..
눈딱 감고 용산을 헤메었습니다.
이번에는 줏어들은게 있어서 선인 상가 쪽, 그중에서도 아주 아주 후미진곳만 찾아 다녔습니다.
반나절을 다리품을 팔면서 돌아다니다가 어느 집에 들어갔습니다.
물론 컴퓨터를 들고 다녔답니다..얼마나 미련했는지...점심도 쫄쫄 굶고요.
선인 상가 4층이었는데..엘리베이터 바로 앞이었는데..상호는 생각 나지 않고요..
그곳에서 큰맘 먹고 업그레이드를 단행 합니다.
하드 420메가, 메모리 4메가..파워서플라이 교체..
빵빵한 각종 프로그램..자그마치 200메가가 넘는 프로그램이었습니다.
아쉽지만 그래픽 카드에 대한 중요성은 인식을 못해서 그냥 256칼라도 만족을 하였습니다.
그 후로도 모뎀은 몇년동안을 2,400 한화 팩스모뎀을 계속 써왔답니다.
멍청하기는..일년 전화요금이면 사고도 남을 텐데..
386컴퓨터였지만..정말 알차게 썼지요..
심심하면 뚜껑을 열고 하드 드라이브도 쑤셔보고 메인보드에 드라이버로 스파크도 내보고 그랬지만,
정말 강한것은 여자가 아니라 컴퓨터 였습니다.
그렇게 못살게 굴었는데도 불구 하고 지금까지도 살아서 숨을 쉬고 있으니 말입니다.''''
이야기는 계속 이어집니다..

요즘 갑자기 바뻐졌어요...
글을 쓸시간도 없을정도로...*^^*
역시 설날 새벽의 손님들이 저에게 행운을 갔다 주신건가봐여...아! 기뻐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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