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시방에서..

정말 이상한 손님들.....

두리아빠119 2003. 6. 9. 11:13
잠깐 한가한 시간이다..
칼럼에 올릴 글이나 써볼까..
메모장을 열고 두줄도 쓰기전에 손님이 들어온다.
실컷 글쓰려고 생각해놓고 메모해놓았던 이야기들이 자꾸만 끊어지게 된다.
한줄 써놓고 자리 안내하고 재털이 주고 또다시 한줄 써놓고 계산하고,
오늘 하려는 이야기의 시작이다.
항상 그렇다. 조용하고 움직임이 없던 손님들이 내가 무슨일만 하려고 하면 움직이기 시작하고 여기 저기서 불러댄다.
컴퓨터 30대도 안되는 자그만 피방이지만, 울고 싶을 정도로 여기저기서 불러될때가 있다.
아마도 겪어본 사람들은 다 아는 일이겠지만, 항상 엎친데 덮친다고나 할까..
스타크래프트 배틀넷이 안되기 시작하면 디아블로 베넷 역시 불통이다.
여기저기서 불러되기 시작한다.
"아저씨 스타가 안되요, 자리 좀 옮겨 주세요"
"잠깐 썹따예요, 잠시후면 괜찮아 져요..조금만 기다려 보세요"
이번에는 포투하는 손님이다.
"아저씨, 왜 소리가 안나요"
"아하, 이것은요 게임에 들어가서 사운드 옵션에 체크하시면 되요, 도대체 이 게임 처음하시는분도 아닌것 같은데 여태 이것도 조절 못해요?"핀잔을 한번 날린다.
이쯤되면 결국에는 내가 하던일을 멈추고 그냥 멍하니 있을 수 밖에,
역시, 조용해 지는 손님들..
이런일은 정말 신기하리만치 많이 겪게 되는 일들이다.
잠깐 한가한 틈을 타서 식사를 시켜놓고 막 한숟가락 떠넣으려는 순간,
"사장님..."목메어 불러대는 소리..
"네"
"사발면 하나 주세요"
얼른 사발면에 물을 붓고 갔다가 주고 와서 간신히 한숟가락을 먹는다.
"여기요~"우리 얼마예요?"
"네..3,600 원 나왔습니다"
이런식으로 서너번만 더 불려 다니고 나면 밥먹고 싶은 생각이 없어진다.
그렇게 좋아하던 수제비를 요즘은 가게에서는 절대로 절대로 시켜먹지 않는다.
식어빠지고 불어터진 수제비를 또다시 먹고 싶지는 않기 때문이다.
대신에 요즘은 조금 머리를 굴렸다.
알바가 퇴근하기전에 김밥을 두줄을 사다가 주고 간다.
그 김밥을 내실안에 펼쳐놓고 손님들의 눈치를 봐 가면서 들락 거리면서 한개씩 집어먹고 있다.
"따르르릉"
쥔: "네 피시방입니다"
쥔와이프: "어, 당신이야..식사는 어캐 했어요?"
쥔: "응, 김밥 사다 놓았어.."
와이프: " 당신은 맨날 김밥만 먹어요? 질리지도 않어요?"(사실은 전부 반말로 한다, 공식적인 자리라서 존대말 하는것처럼 썼다)
쥔: "응, 안질려, 김밥이 얼마나 맛있는데, 당신도 하나 사다 줄까?"
와이프:"됐네요..그리고 내일 막내 소풍가기 때문에 김밥 많이 싸놓았으니까, 아침에 와서 김밥 드세요.."
쥔: 허거덩..."그래 잘됐네,,나 김밥 좋아하니까 많이좀 싸 놓치 그랬어"
와이프: "걱정마요, 낼모래는 우리집 장남이 소풍가니까..낼모레도 김밥 먹을 수 있어요"
쥔: (경사났네 경사났어...)그래 낼 봐."
어제는 특이하게도 김밥을 안먹었다.
알바가 퇴근하기전에 사다놓은 김밥을 먹으려고 막 준비 하는데, 4명의 손님들이 들어왔다.
" 아저씨, 우리 식사 좀 시켜 주세요"
"네, 뭘로 드릴까요?"
저마다 외쳐댄다.."나는 짜장곱배기, 나는 짬뽕, 나는 짜장보통, 나도 짜장 곱배기.."
"짜곱 둘, 짬 하나, 짜보 하나, 맞지요?'(내가 피방 쥔인지 중국집 주인인지 헤깔리는구먼..)
잠시후에 식사 배달이 왔는데, 서비스로 군만두가 한접시 더 왔다.
와! 먹음직 스러운 군만두여!
당연히 군만두는 나의 차지가 되었다..
군만두를 뚝딱 먹어치우고 콜라를 한캔 하고 있는데, 1층 식당에서 꿀떡을 한접시 가지고 왔다.
"오늘 부처님 오신날이라서 떡 좀 했거드요..잡숴 보세요"
"네, 잘 먹을께요"
군만두에 꿀떡에..김밥이 처치 곤란이다.
낼 아침까지 놔두었다가 와이프나 갔다가 줄까?
조금 고민 하다가 디아블로를 이틀째 하고 계신 손님 두분에게 한줄씩 갖다가 드렸다..
"김밥 드세요.."
"어라! 진짜로 사장님은 매일 김밥만 드시나봐요? 사모님이 혹시 김밥 장사.."
며칠전에 잠깐 김밥 이야기 한적이 있었더니 그걸 기억하고 있다가 한마디 던지는 유**씨..
"네, 오늘도 우리 아이들이 소풍을 갔거든요..그래서.."

이런, 손님들 이야기 하다가 김밥이야기로 흘러 버렸네...
다시 본론으로 넘어가야지..
이렇게 이야기를 쓰다가 몇번 손님들 뒷치닥거리 해주고 나면 원래 쓰려던 내용이 뭐가 뭔지 헷깔리게 된다..지금도 여기까지 쓰면서 얼마나 많은 일을 했는지 알려주겠다.
처음에 글을 쓸때는 열명 정도의 손님들만이 있었는데, 글을 쓰는 순간..3명이 들어왔다.
잠시후에 두명이 들어와서 치킨을 시켜 달라고 하였다.
치킨 주문을 시키고 있는데 5명이 한꺼번에 들어왔다..
아..쓰..글 안쓴다, 안써..뭘 하려고만 하면 난리들이다.
지금도 한줄을 제대로 못쓴다..
그래도 왜 이렇게 기분은 좋은지..알만한 사람은 다 알것이다.
풀은 아니지만 세자리 남기고 꽉찬 피방안을 바라다 보면..감성지수 만땅이다.
이렇게 무슨일만 하려면 시작되는 손님들의 러쉬는 정말 불가사의한 일이다.
진짜로 한가한 어느날 저녁..
정말이지 바쁠만한 이유가 전혀 없는 학기초, 가장 비수기의 평범한 저녁시간이었다.
자리도 많이 남았고 설마 오늘은 절대 안바쁠것 같은 느낌으로 아는 그런 날이었다
해킹툴을 실험해보기도 하고 이 게임 저게임을 테스트 하기도 하여서 레지스트리도 꼬이고 꼬여서 잦은 오류를 일으키는 26번 컴퓨터를 분해해 버렸다.
참고로 26번 컴퓨터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이 컴퓨터에는 각종 온라인 게임과 바둑같은 프로그램들의 최신버전과 각종 유틸리티(알집, 리얼플레이어,각종 패치등등)들이 들어있으면, 프린터와 스캐너까지 연결이 되어있기 때문에 우리집 컴퓨터의 대부격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런데 역시나 손님들은 나의기대를 저버리지 않았다.
내가 써먹는 기대..
피방이 썰렁해지면 무슨일이든지 벌려 놓는다.
왜냐면 내가 무슨일만 하려고 하면 손님들이 몰려 들기 때문이다. 이건 정말 90프로 정도는 들어맞는다..내가 컴퓨터를 분해하자 마자 <--------(왜 분해 하냐고요?(포멧하기전에 항상 분해해서 청소를 한다음에 다시 재조립을 한다..물론 특별히 바쁘지 않을때만..피시 성능 월등히 좋아지는것 같다..새컴퓨터 처럼 부드럽게 돌아가는 쿨링팬의소리..) 정찰병 처럼 프린터를 하려는 손님이 한분 들어오셨다.
"어서 오세요"
"프린터 좀 하려고 왔는데요.."
"네 , 죄송한데요, 보시다 시피 지금은 프린터가 안되는데요..나중에 오세요"
"언제 오면 되나요"
"이따가 12시 쯤에 오시면 될 것 같은데요, 아니면 여기다가 디스켓 맡겨 놓고 가세요.."
"이따가 올께요"
그분이 우리 피방을 정찰하고 나가자 마자 손님들이 들이 닥쳤다.
그 후로 26번 컴퓨터가 재 구실을 하기 까지는 하루 반나절이 걸렸다.
참 알 수 없는 노릇이다..
혹시나 손님이 없어서 카운터에서 졸고 계신 피방쥔장이 있다면 지금 당장 움직여 보라..
밥을 시켜 먹던지, 컴터를 포멧하던지, 랜선을 정리하던지, 프로그램을 정리하던지...
후후..몰려 오는 손님이 보이는 것만 같다.
아! 잠시 정신없이 바쁘더니만, 지금은 다시금 썰렁해 졌다..
잠시후 10시가 되면 아이들 보내고 나서 아까 사다 놓은 김밥이나 먹어야 겠다.
배가 고프니까 김밥소리만 들어도 입속에 침이 고여서 더이상 이야기 못하겠다..
아! 배고프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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